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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특이한 취미

사운드헌팅 — 일상의 소리를 수집하는 청각 예술가들

by info-ok-blog 2025. 10. 12.

사운드헌팅 — 일상의 소리를 수집하는 청각 예술가들

1️⃣ 소리를 수집하는 사람들 — 사운드헌팅의 세계

키워드: 사운드헌팅, 필드레코딩, 청각예술, 청감수집학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제나 ‘소리’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소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간다.
반면 **사운드헌터(Sound Hunter)**들은 일상의 소리를 탐사하고 기록하며, 그것을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킨다.
이들의 활동은 필드레코딩(Field Recording), 즉 ‘현장에서 직접 소리를 채집하는 예술적 행위’로 정의된다.

사운드헌팅은 단순히 마이크로 소리를 녹음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청각적 풍경(Soundscape)’을 해석하고 구성하는 예술적 행위이다.
한 예로, 바람이 창문을 스치는 소리, 지하철이 지나가며 남긴 울림, 혹은 카페에서 섞여드는 대화의 중첩까지 —
모든 소리가 ‘일상적 오케스트라’로 재해석된다.

사운드헌터들은 청각을 시각만큼의 감각으로 확장하려 한다.
그들에게 도시는 거대한 콘서트홀이며, 자연은 무한한 악보다.
이런 관점에서 사운드헌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감각재구성 예술(Sensory Recomposition Art)**이라 부를 수 있다.
소리를 통해 세계를 다시 ‘듣고’, ‘기록하고’, ‘이해하는’ 새로운 감각의 문명이다.

 

2️⃣ 청각의 카메라 — 사운드헌터의 장비와 감각의 기술

키워드: 마이크로아쿠스틱스, 청각채집기술, 음향민속학, 공간청감학

사운드헌터에게 마이크는 카메라와 같다.
그들은 소리를 찍고, 공간을 녹음한다.
고성능 마이크, 포터블 레코더, 윈드쉴드, 그리고 공간별 주파수 조절 장비 등은 모두 **마이크로아쿠스틱스(Micro-Acoustics)**의 영역에 속한다.
이 장비들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소리의 결을 섬세하게 포착하기 위한 감각의 연장선이다.

예를 들어, 비가 내리는 날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나뭇잎 위의 소리는 완전히 다르다.
사운드헌터는 그 차이를 공간감과 질감으로 분석한다.
이 과정을 ‘공간청감학(Spatial Aurality Studies)’이라 부른다.
즉, 청각을 이용해 공간의 형태를 이해하고, 그 공간이 가진 정서를 소리로 기록하는 것이다.

한편 일부 사운드헌터는 지역의 사운드 전통을 기록하기도 한다.
이 분야는 **음향민속학(Aural Folkloristics)**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들은 특정 지역의 시장 소리, 농사 도구의 금속음, 오래된 절의 풍경소리 등을 수집하며
‘소리의 민속’이라는 새로운 인류학적 기록을 남긴다.

사운드헌팅은 기술적이면서도 감성적이다.
사운드헌터는 마치 소리를 만지는 조각가처럼, 소리의 질감을 손끝으로 느끼며 예술로 재구성한다.

 

3️⃣ 소리의 철학 — 들리지 않는 것을 듣는 기술

키워드: 청각철학, 무음미학, 소리의존재론, 감각전이예술

사운드헌터들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들은 일반적인 감각을 넘어, 공간이 남긴 잔향과 여운까지 감지하려 한다.
이런 감각의 확장은 일종의 **청각철학(Aural Philosophy)**이며, 소리를 존재의 본질로 보는 사유다.

‘무음(無音)’ 또한 이들에게 중요한 주제다.
무음은 소리의 부재가 아니라, 소리를 기다리는 시간의 공간이다.
이 철학을 ‘무음미학(Silence Aesthetics)’이라 부른다.
존 케이지의 실험음악 <4분 33초>가 보여주듯, 소리가 없는 시간도 예술이 될 수 있다.
사운드헌터들은 이 개념을 도시의 일상에 확장시킨다.

그들은 도심 속 교차로의 소음을 ‘소리의 구조’로 분석하고,
지하철의 금속 진동을 ‘도시의 맥박’으로 읽는다.
이것이 바로 **소리의 존재론(Ontology of Sound)**이다.
즉, 소리를 물질이 아닌 ‘존재의 흔적’으로 보는 관점이다.

사운드헌터의 예술은 시각 중심의 세계를 넘어선다.
그들은 청각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청감으로 시간의 결을 느낀다.
그 행위 자체가 **감각전이예술(Sensory Transposition Art)**이며,
우리에게 “세상을 듣는 또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4️⃣ 청각 예술의 미래 — 사운드헌팅의 사회적 가치

키워드: 사운드아카이브, 도시소리지도, 청각환경보존, 감각기억예술

사운드헌팅은 이제 개인의 취미를 넘어 문화적 기록 운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 세계의 사운드헌터들이 자신이 수집한 소리를 모아
사운드아카이브(Sound Archive)’를 구축하고 있다.
이 아카이브는 미래 세대에게 사라져버린 소리를 전해주는 청각 유산이 된다.

또한 도시 단위로 확장된 도시소리지도(Urban Sound Map) 프로젝트도 활발하다.
서울, 런던, 베를린 등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소리를 기록하고 지도로 시각화한다.
그 결과, 우리는 도시의 ‘청각적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청각환경보존(Aural Ecology)**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실천이다.

나아가, 사운드헌팅은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연결한다.
어린 시절 들었던 골목의 소리, 바다의 파도, 겨울 아침의 난로 타는 소리 —
이 모든 것이 감정의 지층 속에 남아 있다.
그것을 다시 꺼내는 예술을 **감각기억예술(Sensory Memory Art)**이라 부른다.

결국 사운드헌팅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예술로 변환하는 철학이다.
그들은 귀로 공간을 바라보고, 시간의 결을 듣는다.
눈으로 보는 시대에서, 귀로 느끼는 예술의 시대로 —
사운드헌터들은 그 변화를 조용히 이끌고 있다.